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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버이날 선물 ‘반신욕기’

category 하루이야기 2021. 5. 9. 01:24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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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버이날 선물 ‘반신욕기’

 

나에겐 두 명의 동생이 있다.

둘 다 나이차가 커서 그간 가족행사나 기념일 때에 경제적인 부분은 상대적으로 나의 비중이 클 수밖에 없었다.

 

재작년 하반기쯤 동생들의 수입이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섰을 때

엄마 환갑 기념 자금을 일 년 정도 함께 모으자고 제안을 했고 동생들도 흔쾌히 동의하여

소액씩이지만 세 명이서 꾸준히 모으니 꽤나 목돈이 되었다.

 

올해가 엄마 환갑인데 어떤 걸 하면 좋을까 셋이서 꽤나 긴 기간을 고민하다 그간 일정 맞추기가 힘들어서

우리 가족끼리 떠나본 여행이 없는 것 같아 가족여행을 기획했다.

 

모은 비용에서 가족여행을 준비하는 비용으로 어느 정도 남겨놓고 선물과 현금으로 드리려고 계획하고 있었는데 

평소 뭐 갖고 싶은 거 있냐고 물으면 없다고 답하는 게 취미인 엄마가 반신욕기를 갖고 싶다는 것이 아닌가!

 

안 사드릴 이유가 없었다. 동생들과 상의한 후에 지난주 반신욕기를 주문했고 배송은 최소 2주 정도 걸린다 해서

맘 비우고 있는 사이 어버이날 인 오늘 배송이 온 것이다! 운도 좋지 

 

어버이날 그리고 주말까지 배송해주신 배달원분들께 너무 고마웠다.

설치해주시고 가자마자 예열해놓고 점심 먹은 후 후딱 반신욕기를 사용해 보라고 했다.

 

엄마는 과거에 큰 허리 수술과 팔다리 시림, 최근엔 고관절 통증까지 늘 통증과 싸워야 하는 게 일상인데

어느 병원을 가도, 새로운 희망을 품고 시술을 해봐도 호전되는 거 없이 악화만 되어간다.

 

오늘 아침에도 다리 시림이 심해 엄마의 얼굴에 힘듦의 그늘이 보여 맘이 너무 쓰였는데

반신욕기로 몸이 따뜻해지면서 서서히 엄마의 얼굴이 펴지고 너무 좋다고 웃는 걸 보니

원인을 고칠 순 없지만 일시적으로나마 통증과 시림을 잊게 해 줄 수 있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

엄마의 일상이 이렇게 고통일 걸 생각하니 맘 한구석이 찌르르 아파왔다.

 

 

이번에 반신욕기와 전신욕기를 두고 고민하다 이왕 들일 거면 전신이 나을 거란 생각에

돌침대를 빼고 전신욕기를 사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었는데 처음에는 전신도 좋다고 하시다가

돌침대 처분도 쉬운일이 아니고, 반신욕이 얼굴이 안 답답해서 좋을 거 같다 하시길래 반신욕기로 주문한 거였는데

예전에는 현대를 사는 내가 선택한 물건이면 엄마에게도 당연하게 필요할 거라 생각했었다.

 

내가 선택한 걸 사는 게 좋을 거 같다고 계속해서 설득하고 결국엔 엄마는 본인이 원하는 것보다

해주는 내 입장에 맞춰주는 경우가 많았다.

 

선물이라는 건 해주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의 입장이 우선인데 가족에게 특히나 엄마에게는

내가 아는 정보가 더 활용도가 있어! 같은 강요를 하고 상대가 지쳐서 수긍하면

거봐, 결국 내 말이 맞았잖아 좋지? 하며 정당화 하기 일쑤였다. 

 

시간이 흘러 차츰 엄마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, 신세 지는 것이 미안한 마음에 본심을 숨기는 엄마의 진짜 속마음을

들을 때까지 여러 번 대화한 후에 진짜로 엄마가 원하는 걸 선물하기를 너무 잘했다 싶다.